UPI의 전신인 INS소속의 동경특파원인 존 리치씨가 3년 동안의 종군기간동안 위스키 3병으로 미군 정비병으로부터 구한 지프로 한국 곳곳을 홀로 누비며 촬영한 컬러사진을 지난 토요일, 청와대 사랑채에서 아내와 함께 관람했다.
촬영 후 바로 현상하지 않고 슬라이드로 제작, 보관하여 존 리치씨 본인이나 사진을 보고 있는 우리 모두 그 때의 시대상을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들은 보도를 위해 촬영한 사진이라기보다 개인적인 관심과 기록을 위해 찍은 스냅사진의 성격이 강하다. 무엇보다 당시 종군기자들이 보도의 특성과 기술적인 제약으로 사용을 꺼린 컬러사진이라는 것과 50여년 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최초로 공개되는 희귀한 사진이라는 점이다. 또한 전쟁기간 동안의 시민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전시장에서 DVD 영상자료를 보다가 뜻밖의 분을 뵙게 되었다.
관람객 무리속에서 내외 두분이 조용히, 그러나 흥분된 모습으로 사진들을 보며 그날을 떠올렸는지... 젊은 사람이 아는 척을 하는게 조금 놀라신 듯. 하지만 고령임에도 흔들림없는 자세가 한눈에 군인이라는 걸 느꼈다. 귀가 어두우셔서 몇 마디 나누진 못했지만 사진 한장과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발길을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