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 머무르는 5일의 여정동안 가장 낭만적이면서도 다이나믹했던 장소를 들자면 독일의 최고봉 추크슈피체산(Mt. Zugspitze, 2,962m)을 꼽을 수 있다.
독일 남부의 알프스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의 경계에 위치한 곳으로 좀 과장해서 말을 하면 4개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뮌헨 중앙역에서 불과 한 시간 반 정도 열차를 타면 갈 수 있는 곳으로 웅장하면서도 험한 산세를 자랑하지만 20세기 초반부터 만들어진 산악철도와 산 정상의 각종 기반시설 덕분에 독일인들에겐 대중적인 관광지로 통한다고 한다.
인스부루크 행 열차를 타고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역(Garmisch-Partenkirchen bahnhof)에 내리면 불과 5분 거리에 산악열차를 타는 곳이 나온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가격은 성인 기준 49.50유로. 독일패스를 포함한 유레일패스를 소지하고 있으면 5유로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산악열차의 최종목적지는 해발 2600m의 Zugspitzplatt로 평균 45분 정도 소요되는데 전역인 Eibsee호수에 내려 케이블카를 타면 더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Eibsee호수로부터 종착역 사이의 터널은 워낙 길고 정상인 추크슈피체와 Zugspitzplatt를 오가는 케이블카도 있기 때문에 추천할 만한 구간은 아닌 것 같다.
Zugspitzplatt에 내리게 되면 본격적으로 알프스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는데 구름 아래에 만년설을 뒤집어 쓰고 바다처럼 끝도 없이 펼쳐진 산맥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뚤리는 느낌을 받는다. 장갑을 가져오지 않은 게 못내 아쉬웠지만 대자연의 장엄함에 다른 생각은 금새 잊혀져 버렸다. 마침 토요일이라 관광객 뿐 아니라 근처에 거주하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았다. 특히 아이들의 손에는 눈썰매가 들려져 있었는데 Zugspitzplatt 역 아래에서 바로 눈썰매를 탈 수 있도록 슬로프가 설치되어 아이어른 할것없이 눈썰매를 즐길 수 있도록 해놨다.
이젠 최종 목적지이자 정상인 추크슈피체에 올라갈 차례. 추크슈피체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편안하게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과 다른 하나는 한 시간 반 정도를 걸어서 오르는 방법이 있다. 내가 갔던 10월 중순의 정상 기온은 영하 7도를 기록했는데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산에서는 매우 위험한 조건이기 때문에 도보의 경우 충분한 준비와 여유를 갖고 등정을 한다면 모를까 평상복 차림으론 어림없다. 가벼운 관광 목적으로 간다 하더라도 따뜻한 방한복과 장갑은 필수다.
Zugspitzplatt에서 바라 본 Zugspitze 정상의 모습. 케이블카를 타면 수분만에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뮌헨여행 첫날 외엔 비 아니면 흐린 날씨였던지라 기상예보에 신경쓰고 있었는데 이날부터 맑은 날씨라는... 참고로 추크슈피체는 전날에 눈이 내렸다. 정상에 내려 전망대에 오르니 탁트인 전망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뮌헨을 향하고 있는 북쪽은 거대한 Eibsee 호수가 내려다 보이고 남쪽으론 알프스 산맥이 숨이 막힐 정도로 펼쳐져 있다. 산 정상에는 크게 두동의 건물이 있는데 레스토랑과 케이블카 스테이션 등으로 쓰이고 있다.
다음 여정과 추위에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아내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해결하고 Eibsee호수로 향한다.
해발 약 1000m에 위치한 Eibsee 호수는 총면적 약 177.34㎢ 정도되는 무척 넖은 호수로 여름철 대표적인 피서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추크슈피체에 비하면 온화한 편이지만 그래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긴 마찬가지다. 고요한 숲길 옆으로 산책로가 잘 발달되어 있어 역시 가족단위 방문객들을 비롯한 관광객이 붐빌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편. 전형적인 독일의 가을날씨와 단풍이 어우러진 멋진 호수 반대쪽에서 추크슈피체를 배경으로 찍어보고 싶었지만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4시간 이상 소요되서 포기했다. 햇빛이 쨍한 날엔 호수가 옥색으로 빛난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은 기억속에 남는 여행지 중 하나다.